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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05.19 07:32

    사랑니 좀 빌려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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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니 좀 빌려줘요~!

     

     

    두어 달 전에 어금니가 불편해서 치과를 다녀왔다.

    한창 코로나로 떠들썩하던 때에 용케도 이빨 님의 선견지명으로 치과 진료를 마치었다.

    그다음 날은 미루어 왔던 '싱글' 이란 예방주사도 맞았는데 이틀쯤 지나니 치과 진료는 물론 병원의 예방주사도 전부 갈 수가 없는 세상이 되었다.

    하루 이틀 상관으로 끔찍한 치통을 견디며 진통제나 먹으며 치과 오픈 할 날을 기다릴 푼수였는데 이빨 님도 고맙고,

    다음날 병원으로 향하게 한 내 생각에도 고맙다.

     

    치과 선생님이 말했다. "석 달 후에 임플란트하시면 될 겁니다"

    "예, 알겠습니다. 근데, 한가지 궁금한 것이 있는데요" "말씀하세요"

    "제 와이프가 사랑니가 말짱한데 빼서 저에게 넣어 주실 수 있습니까?" 집사람의 옆구리 찌르는 신호가 매섭다.

    나는 진지하게 물었는데 의사는 크게 웃더니만 "한번 노력해 보죠" 하고 말했다.

    내 기억으로는 치아가 빠졌을 때 우유에 담가서 오면 되돌려 놓을 수 있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기에 물었는데 아직도 긴가민가 모르겠다.

    불편한 아귀(턱)로 더 자세히 묻지 않고 나왔다. 나는 사랑니 위아래가 다 없다. 실지로 없어도 아무 지장이 없고 양치하기에 오히려 수월하다.

    어떤 사람은 상태가 좋다면, 잘 간직하고 있다가 다른 이가 고장 났을 때 대신 쓸 수 있다는 얘기도 들어 왔다.

     

    오늘은 '아이패드' 판때기에 심취한 와이프 옆에 슬쩍 앉았다. 이런저런 이야기 하다 물었다.

    "여보, 이제 한 달 때쯤 있으면 치과 가야 하는데 사랑니 이빨 좀 빌려줘~!" 별로 탐탁지 않은 대꾸를 한다.

    "아이 더럽게 남의 이빨을..." "아! 이 사람아 치과에서 소독해서 넣어 주지 그냥 넣겠나!" 

    착한 여자분은 '신장'도 남편에게 나눠 주는데.... 뜨악한 표정이기에 더 조르지는 않았다.

    하기야 같이 늙어가는 때에 옆지기 이빨 님이 좋아야 얼마나 좋겠나.

     

    썰을 풀자면 이가 타고난 A+인 것을 알게 된 계기가 있었다.

    우리 집은 대표문화가 발달하여서 치과와 안과는 용감하게 내가 나선다. 십여 년 전에 같이 치과를 간 적이 있었는데, 아내가 처음 진료를 받았다.

    치과 선생님이 치아의 정렬과 상태가 매우 좋다고 한다. 조상님이 치아 만은 와이프에게 확실히 전 해 주셨다.

    얼마 전에는 시애틀 사는 친구와 통화 중에 치과를 갔다 왔다고 하니 자기는 '틀니'라면서 부러워하듯 이야기한다.

    그러고 보면 때가 되어 치과 가는 것을 이상히 생각하는 옆지기의 사상이 문제스럽다.

    어쩌면 부부가 서로 비슷하게 쪼금만 불편하게 늙어 가는 것도 어울릴 것 같다.

     

    그런데 여보! 부부는 일심동체야! 사랑니 좀 빌려도~~~~!!         

    • profile
      무지개 2020.05.19 13:00
      무심님 올리신 글에 한참을 박장대소 했습니다
      항상 심심치않개 올려주시는 덕분에 잘읽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항상 건강하세요
    • ?
      musim 2020.05.19 16:50

      무지개님,

       

      담백(淡白)한 생활을 좋아하는 사람의 글이 내숭으로 비추지 않고, 그대로 전달되어 웃음을 드렸다니 기분이 좋습니다.

      님과 캠핑을 했던 즐거운 시절과 아련히 떠오르는 많은 회원이 보고 싶기도 한 저녁입니다.

      늘 평안하고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 profile
      자연 2020.05.20 17:56
      무심님 안녕 하셨어요!
      쓰신글 보구 도망 만 가서 오늘은 안부 인사 드립니다.
      저도 다 잘있구요 두루님과도 시국이 어수선 하여 가끔 통화만 하고 있어요
      여전히 위험하니 조심 하시고 재미난 글 짬 날때 또 올려주세요
      건강 잘 챙기시고 이 시국 잘 넘 깁시다. 화이팅!
      오복중에 하나 빨리 완치되길 바랍니다.
    • ?
      musim 2020.05.22 11:21

      자연님,

       

      컴맹이 뭘 잘 못 눌러서 댓글이 지워졌습니다.

      미안합니다. (대신 읽을거리 올리겠습니다)

    • profile
      KT 2020.05.21 22:59

      제가 한 5년 쯤 전에 샌프란 공항 근처 동네에서 어느 미국 노부부가 식당에서 틀이를 공유하던 모습이 아직도 기억납니다.
      위생은 둘째치고 잘 맞지도 않았을 터인데 어찌 공유가 가능할 까? 생각하다가 아~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대신도 하는 데 아무래도 딱딱한 틀니가 있으면 좀 낫겠다 싶었습니다.  돈이 없이 나이 먹는다는 것이 조금은 불편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왠지는 모르지만 그 부부(?)의 서로 의지하고 공유하는 모습이 슬프게 보이지만은 않았습니다.

    • ?
      musim 2020.05.22 10:35

      KT님,

       

      KT님 댓글 만나기가 수월하지 않은데 반갑습니다.

      이곳  생활이 오래되어 가면서 상상할 수 없는 문화와 그들의 생각이 마음에 와닿게 됨을 종종 보게 됩니다.

      어느 오피스에 갔을 때입니다. 한쪽 다리가 부러진 안경을 고무줄로 연결해서 귀에 걸친 어이없는 그분의 모습은 여러 생각을

      나에게 남겨 주었습니다. 이곳에서 생활이 길어질수록 미국인의 관습과 정서가 편하게 느껴집니다.

       

      가감 없고 가식 없는 글을 이어가면서 한편으로는 나의 치부를 드러내는 것도 같아 부끄럽습니다.

      KT님의 많은 느낌을 주는 글 잘 읽었습니다. 고맙습니다.

    • profile
      KT 2020.05.22 22:01
      바로 그 어이 없는 모습을 한 제 모습을 들킨 것 같아 가슴 쿵 내려 앉았습니다.
      졸다가 깔고 앉아 다리 하나가 덜렁거리는 안경을 쓰고 지금 자판을 두드리고 있습니다.
      제가 이 안경을 쉽게 바꾸지 못하는 이유는
      1. 미국의 기술 수준이 한국에 못 미쳐 미국에서 다시 맞출 경우 안경알이 두꺼워 지고 무거워 지는 데다가
      2. 보험이 있음에도 한국에 비해 2배 이상의 비용이 드는 고도 근시/난시/노안 렌즈이기 때문입니다.
      3. 거기에다 시력검사도 다시 받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저를 더 게으르게 하네요.
      저는 미국에 산 인생이 한국에서 지낸 연수를 초과한지 한참 지났음에도 아직 뼈 속까지 한국사람인 모양입니다.
    • profile
      가리 2020.05.26 11:23
      ㅎㅎㅎㅎㅎㅎ
      무심님 글에 한번웃고
      KT님 답변에 한번 더 웃습니다 :)
      다들 너무 보고 싶어요 ~~~
    • ?
      musim 2020.05.26 17:18

      웃음이 많은 막내에게,

       

      늘 산행에서의 호탕한 웃음소리가 귓전에 들리는 듯한 즈음 소식을 들으니 반갑네!

      꼬마들도 훌쩍 커가며 바쁜 생활로 보내는 하루하루가 추억을 담아가는 소중한 자산이 되겠지...

      모쪼록 건강하고, 화목한 생활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 profile
      가리 2020.06.11 11:28
      네 무심님 ^^*
      가족 모두 평안하고 잘 지네고 있습니다 :)
      언제쯤 뵈올수 있을지 손꼽아 기다리고 있어요
      모두 평안하시기를~
    • ?
      musim 2020.06.11 19:24

      예,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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