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야기
    2019.03.20 20:45

    검은 머리가 파뿌리 되어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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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은 머리가 파뿌리 되어지니...


    지금은 생소하고 유치하게 들리는 말이기도 하지만, 우리 세대에는 '검은 머리 파 뿌리가 될 때까지 행복하게 생활하라'는 덕담이 주례사의 
    단골 메뉴로 사용된 적이 있었다. 
    이제는 나도 돌아가신 주례 선생님의 말씀을 충실히 받들어 가냘픈 파 뿌리를 이고 사는 나이가 되었다. 
    어쩌다 결혼 초창기 때부터 집사람이 머리 손질을 해주게 되어 지금껏 이발소에 갈 일은 없었는데 얼마 전부터 검정 물로 염색을 한 후부터는 
    때가 되면 염색에 대한 스트레스가 수월치 않다. 오래전부터 도움을 받은 나는 머리 스타일에 까탈스럽지는 않아서 때로는 실수로 빗나가도 
    불평 않는 세월이 흐르니 이럭저럭 이발사의 내공도 쓸만한 경지에 올랐다. 

    그런데 이제는 염색하지 않으면 추해 보이는 현실과 바깥출입이 별로 없으니 그냥 지내자는 갈림길에서 대충 건너뛰며 지내는 경우가 많아진다.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은 좋게 봐서 하얀 수염만 부치면 산신령의 모습이다. 
    집사람의 시간도 두배 이상 늘어나고 나 역시 불편한 검은 페인트로 단장하고 계약 시간을 보낸 후 샤워룸으로 가는 일이 번거롭게 느껴진다. 
    그렇다고 변화를 싫어하는 성격에 자연 미남(?)으로 살자니 하얀 백발로 덮인 나의 모습일 터이니 서글퍼지게 느껴진다. 
    아무래도 풍채가 있고 피부가 흰 서양사람에게 잘 어울리겠지만 나에게는 아니어서 약 한 알 먹고 검어지는 묘약이 나왔으면 좋겠다. 
    비슷한 연배의 어떤 분은 아직도 숱 많은 검은 머리카락을 날리는 모습이 부러워서 "혹시 염색하신 머리입니까?"라고 물어서 
    아니라고 할 때는 나의 동지가 아님을 확인하며 샘솟는 부러움을 참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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